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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의료 선교를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박종대 안수집사 (Special-2)
나 여호와가 의로 너를 불렀은즉 내가 네 손을 잡아 너를 보호하며 너를 세워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하리니 (이사야 42:6)
1990년대 초, 서울 강북의 아주 평범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청년은 고3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가지게 된 의사의 꿈을 안고 의과대학에 진학합니다. 무턱대고 용감히 외과의사가 되길 마음에 품고 엉덩이 힘 하나로 버텨내며 졸업하고 실습하고 훈련받아 외과 전문의가 됩니다. 결혼도 하고 가장이 되고 나름 커리어가 잘 펴 나간다고 생각하던 이 젊은 의사는 눈병을 앓으며 진로에 엄청난 혼란이 생겨 대학병원을 나오게 되고 척추 수술 좀 한다는 병원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반복되던 스케줄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비로소 나를 찾는 곳이 여기저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일천사병원, 성요셉의원, 희년 진료소 등 사회 소외계층을 근근이 섬기는 병원들에서 봉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슬슬 배우게 됩니다, 누가 너를 의사로 불렀는지.
강남 한복판의 블링블링한 동네의 간판병원에서 일하던 이 젊은 의사는 오지랖 넓게 병원의 해외프로젝트들에 손들고 자진하여 참여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두바이, 아부다비에서 한국 국적으로 의사 면허를 얻게 되는 최초의 한국인 의사 중 한 명이 됩니다. 병원 설립에 난항을 겪으며 고생하던 시기, 주일(당시엔 금요일) 예배마다 출애굽기 강해 설교를 들으며 매주 위로함을 얻게 되고 예배와 기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워갑니다.
드디어, 두바이로 온 지 8개월여 만에 공식 비자를 받게 되고 호텔 레지던스에서 벗어나 집으로 이사를 들어가며 목사님의 심방을 받던 2011년 2월 초 그날을 아주 생생히 기억합니다.
“집사님, 집사님이 기도하셔서 두바이로 왔다고 생각하시죠? 아닙니다. 두바이한인교회에서는 10년 동안 두바이에서 풀타임 일하는 의사를 보내 달라고 기도했어요. 두바이한인교회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신 거예요!”
목사님의 말씀과 학생 때 참석했던 선교대회들에서 했던 기도들, 아들이 의사가 되길 기도하셨다는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의 말씀들이 모두 한곳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나의 나된 것은 모두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단순히 내 의지 내 소망을 넘어, 떨어지는 것 하나 없는 많은 기도가 내 인생을 관통하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가도록 나를 조정하고 있다는 은혜를 비로소 알게 됩니다.
목사님의 권면과 기도하며 얻은 용기로 의료선교를 조직하고 준비하던 저는 2011년, 2012년 무렵 커다란 벽을 느끼게 됩니다. 학생 때부터 참석했던 수많은 의료봉사와 단기 선교들, 특히 의과대학 3학년 때 한 달간 네팔에서 의료선교사로 일하시던 선배 밑에서 인턴쉽을 했던 경험조차도 모두 타 문화권으로 넘어간 귀한 경험들이었지만, 그저 잘 차려진 밥상을 대접받았던 것이었음을 알게 된 겁니다. 병원 동료로부터 거의 30곳에 달하는 제약회사, 도매상들, 병원 연락처를 얻어 이메일하고 전화를 돌렸지만 후원해 주거나 도와주겠다는 곳은 없었습니다. 의료 아웃리치가 익숙지 않았던 교인들로부터 협조를 얻고 대원을 모집하는 것도 근래와 다르게 십이 삼 년 전에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혼자 뭔가 해내려는 노력만으로는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방식은 제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족함과 경험 없음, 도움받지 못하는 상황을 아주 생소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일로 만들고 계셨습니다.
2012년 우간다 여름 아웃리치는 우리 교회 아웃리치 역사에 이정표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공항 세관에 준비해 간 모든 의료 물품이 압류되게 되고 일주일의 사역 중 4일을 공항과 세관, 보건 관련 정부 부처들을 방문하며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벌금을 물며 절반 정도의 물품, 약품을 되받아 겨우 반나절의 진료만 진행하게 됩니다. 선교사님 역시 동행하며 관공서, 공항들을 방문하는 통에 EBS 팀들 또한 선장 없이 항해하는 선박처럼 어려움을 겪게 되며 우리가 추구하던 사역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됩니다.
하나님은 이 절망적인 일들을 통해 도리어 오기 같은 희망을 우리 마음에 주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돌아올 것이고 우리를 방해하던 우간다 땅, 이곳의 사람들을 사랑하리라고.
같은 해 7월 두바이한인교회에 요청하는 많은 협력 사역을 섬기며 선교 탐색을 시도하게 되고 이름도 낯선 타지키스탄에 가서는 시각장애인 학교를 섬기는 우리 교회 후원 선교사님의 필요를 알게 되었고 인도네시아 외딴섬에서 진행된 서울의 대형 교회 의료팀과의 협력 사역은 의료팀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많은 노하우를 배우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여름내 겪은 절망과 오기 섞인 기도, 다른 선교지에서 배운 경험을 가지고 우리는 우간다로 돌아갔습니다. 비록 3명의 초등학생이 있는 한 가족 포함하여 12명의 대원이었지만 콜로세움처럼 벽과 기둥만 세워진 교회터에서 오륙백 명의 환자를 진료하게 됩니다. 하루에 14시간을 진료하며 지치고 도울 사람이 모자라 초등학생들도 밤늦도록 약을 세고 정리하며 일해야 했고 통역이 모자라 현지교회 중학생들까지 동원되어 사역해야 했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려 처음 본 외국인 의사를 교회에서 만나 진료받고 약 처방이며 충치 치료를 받은 우간다인들의 감사하다는 말과 웃음은 그 모든 어려움을 잊게 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 번의 오기가 발동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 의사들 다시는 안 올 거야.’ 저주받았다고 패배 의식을 가지고 있던 부주코 카사나 땅 아이들의 이야기였지만 왠지 가슴에 와 팍 박혔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사랑하고 말리라는 기도 역시 절대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선교지 교회와 선교사님 사역 후원의 필요를 배운 우리 교회는 지역사회 개발, 자립을 위한 주카 블레싱(Zuka Blessing)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케냐에 정기적인 의료팀을 보내기로 했고 우간다에도 매년 팀이 가게 됩니다. 비슷하게 타지키스탄에도 3차례에 걸쳐 의료, 직업교육, 음악교육을 위한 팀을 보냅니다. 우간다 그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오는 우리 교회팀을 보며 하나님의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배우고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0년까지 선교사님들의 필요에 대응하던 수동적인 선교사역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다양하게 탐색하며 발전하는 시기를 넘어 2015년부터 코로나 팬더믹이 일어나기 전까지 5년 동안 39차례의 특성화된 아웃리치를 진행하며 선교적 DNA가 장착된 교회로 변해갑니다. 더불어 이 무렵 하나님의 계획은 라스 알카이마에 문을 연 한국인 의료진이 주축이 된 병원 개원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를 통해 준비된 많은 기독 의료인이 우리 교회로 오게 됩니다. 이 시기 17회의 의료아웃리치가 있었는데 이는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 고백합니다.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 팀들과 함께 팀 사역도 배우고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일들도 능력 있는 분들과 함께 귀하게 만들어 내게 됩니다. 기도로 땅 밟기를 하는 아웃리치, 직업교육, MK(Missionary Kids, 디아스포라 교회 교역자/선교사 자녀들) 성경학교, 중고등부 아웃리치, 선교사대회 운영, 난민 사역, 의료 등 특성화되고 다각화된 아웃리치에 교인들도 익숙해지고 아웃리치를 섬기는 기도회와 바자회들, 선교 보고, 두미페 주최 등을 통해 교인 모두가 선교에 노출되게 됩니다.
코로나 팬더믹이 전 세계 곳곳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들과 아픔들을 남겼지만, 그저 발전하고 팽창하며 선교에 대해 자화자찬하던 우리 교회에도 회개와 정리의 시간을 가지게 하시어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이고 은혜였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2011년 마다가스카르와 2012년의 우간다 아웃리치의 의료 부분을 준비하던 마음에 조금은 더해진 겸손한 마음으로 2022년, 2023년부터 아웃리치의 문들이 다시 열리길 기도하게 되고 그 외 교회의 선교사역들도 되짚어 가는 시간을 감사히 보냈습니다.
30대였던 2010년의 시행착오를 겪던 치기 어린 젊은 의사는 이 오랜 시기들을 겪으며 우리 교회 선교사역들을 만나 아주 조금 겸손해진 50대 의사가 되었습니다. 아직 멀었지만, 하나님의 선교에 좀 더 사용되다 보면 조금 더 모난 부분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기대하려 합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비전입니다. 복음의 발원이었던 이스라엘 땅에서 서진했던 예수님의 말씀은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땅을 넘어 이제 복음의 등잔 밑 어두운 이슬람 땅 두바이에까지 왔습니다. 디아스포라 교회인 우리 교회에 주신 OIC57 선교의 비전에 따라 우리 성도들이 이 나라로 부르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선교적 공동체로 우리 교회를 가꿔가며 선교적 교회를 이루기를 소망합니다.
2025년에는 OIC57을 포함 39개국, 98명의 선교사와 두 곳의 학교를 지원하며 4회에 걸친 아웃리치(의료, EBS)를 통하여 선교적 교회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소망을 두고 하나님의 나라로 초대하시는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 다 함께 참여하기를 요청합니다.
주께서 이같이 우리에게 명하시되 내가 너를 이방의 빛으로 삼아 너로 땅 끝까지 구원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하니 (사도행전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