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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일깨워 주신 뜻을 따라 걸어가겠습니다

이용길 목사 (25-08-03 부임)
“가장 더울 때 오셔서 고생이 많으시죠?”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격려의 말씀입니다. 모든 경험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씀이기에 더욱 감사했고, 공동체의 포근함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이 기온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륙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징이기에,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마음을 품게 합니다.
물론 건물의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열기, 지상에 주차된 차 안에 들어갔을 때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헉’ 소리, 그리고 해가 진 뒤에도 건물과 차량의 조명들로 이어지는 밤의 열기는 늘 놀랍습니다. 그러나 그 열기는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또 누구를 통해 인도함을 받았는지를 늘 상기시키는 귀한 각성제와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열기가 참 좋습니다.
환경과 생활 방식의 변화 또한 그간 굳어 있던 제 생각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4년간 지냈던 제주는 산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었고, 집 앞에는 메밀과 유채꽃이 가득했으며, 뒷산에는 귤나무와 갖가지 나무들이 무성했습니다. 어떤 곳은 마치 영화 속 선사시대의 숲을 연상케 하기도 했습니다. 늘 사시사철 초록, 노랑, 파랑의 원색들을 보며 지냈지만 지금은 제한된 색조를 주로 접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친환경적 특성상 산책이나 운동, 각종 모임 등 야외 활동이 많았던 반면, 두바이에서는 “걷는 운동조차 몰(Mall)에서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새로운 세상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모든 경험과 만남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10대에는 신앙생활을 통해 교회를 사랑하게 되었고, 20대에는 모 교회에서 새벽 4시에 시작해 밤 12시에 마칠 때까지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도 힘든 줄 모르고 행복하게 사역했습니다. 30대에는 교회 밖 사회에서 신앙과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며, 아르헨티나에서 선교의 실제와 이주민의 애환, 그리고 이주민만이 가질 수 있는 소망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40대, 제주에서 국제학교와 한국학교의 학부모님들과 학생들과 함께하며, 두바이한인교회 사역을 조금이나마 준비케 하셨음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낯선 환경 속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DKC 공동체를 통해 세심한 부분까지도 도와주셨습니다. 제가 섬기고 도움을 드려야 하는 분들께 오히려 섬김을 받고 도움을 받으니 사실 마음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받은 만큼의 무게를 잘 감당하겠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다 이룰 수는 없겠지만, 정진 또 정진하여 그 복과 사랑이 제 선에서 멈추지 않도록 애쓰겠습니다.
10년 전 우연히 드렸던 두바이의 예배 경험이 사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보여 줍니다. 그 원리를 항상 기억하며, 주어진 역할 하나하나에 성실히 임하고, 만나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기도하며 섬기겠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