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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나의 열 번째 아웃리치, 여섯 번째 케냐

이예승 청년 (두드림 청년공동체)
다시 찾은 케냐. 아웃리치마다 새롭고 뜨겁게 경험하는 하나님을 만난다.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의사로서의 첫 아웃리치이자, 나의 여섯 번째 케냐를 함께 나누려 한다.
케냐는 나의 인생을 바꿔 준 나라 중 하나이다. 2016년 케냐 의료 아웃리치에서 처음 수술방에 들어갔던 경험은 의사라는 꿈을 심어 준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매년 아웃리치에 참여했다. 모든 관절이 분리될 듯한 24시간의 긴 이동, 숨 쉬기도 힘든 재래식 화장실, 그리고 모기와 벌레들과의 동거… 어려운 점은 많았지만,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사람들과 특별한 하나님의 사랑은 끊을 수 없는 중독과도 같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비행기 딜레이로 시작되었고, 비행기 안에서 나는 케냐 사람들 특유의 냄새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웃리치를 마치고 돌아오면, 한 주간은 나에게도 그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약 다섯 시간 반을 날아 도착한 나이로비는 변함없이 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나눠 챙겨 간 많은 의료 용품들로 인해 공항에서 타깃이 되었고, 지친 닥터분들은 한동안 붙잡혀 있어야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선교사님을 통해 주지사님과 연락이 닿아 국내선 탑승 직전에야 무사히 국제선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어 프로펠러형 국내선을 타고 한 시간을 날아 엘도렛에 도착, 다시 두 시간 반을 달려 임시 숙소에 도착하니 하루가 온전히 이동으로 채워졌다.
사역 첫날 아침,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3박 4일 동안 머물 숙소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사역 중이신 아일랜드 선교사님 부부께서 직접 청소와 침대 배치, 화장실 정비, 간이 샤워 시설까지 준비해 주셨다. 진한 감동을 받은 후, 다시 버스로 20분을 달려 드디어 의료 사역지에 도착했다. 아이삭 전도사님의 현지 찬양 인도와 아웃리치 팀의 특송, 선교사님의 말씀으로 사역이 시작되었다. 환자를 치유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현지인들의 눈빛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동안 주로 수술방에만 있던 나는 다른 사역 공간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는데, 번호표를 나눠주던 학생들, 약국팀, ‘메디컬 용어 족보’를 직접 만들어 예진을 돕던 집사님, 미국·영국에서 온 닥터들과 팀원들, 또 한국에서 함께한 중고등부 학생들까지 모두가 <원팀, 원스피릿>으로 하나가 되었다. 특히 현지 통역사들이 큰 역할을 했는데, 아일랜드 선교사님(간호사 출신)의 지도 아래 윤리·도덕·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배우고 환자의 말을 빠짐없이 전달하도록 교육받은 덕분이었다.
수술방은 변함없었다. 영원한 수술방 메이트 은숙 누나와 시후와 번갈아가며 어시스트를 했고, 박종대 집사님과 정규환 집사님께서 집도를 이어 가셨다. 약 스무 건에 이르는 수술로 몸은 지치고, 의학적으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지만 기쁘고 행복했다. 예전 케냐 아웃리치에서 합지증 수술을 멋지게 집도하시던 신 집사님께서 “하나님께서 내 손을 통해 일하시는 거야”라고 겸손히 고백하셨던 순간이 늘 나의 기도 제목이었는데, 이번에 그 기도를 따라 실제로 케냐에서 주님께 영광 돌리는 수술에 함께할 수 있었다.
날씨 또한 주님이 일하셨다. 강수 확률이 90%가 넘는 지역이었음에도 신비롭게도 사역지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사역 전에 비가 내려 대지를 개운하게 적셔주었고, 사역 후에 비가 내려 힘들었던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사역 중에는 잠깐 보슬비가 내려 더운 열기와 땀을 식혀주었다. 화창한 날씨에도 구름이 해를 가려 뜨겁지 않았다. 비가 올 때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대기환자들을 그늘로 옮겼던 어떤 학생의 배려 깊은 행동도 나눔 시간에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함께한 중고등부 학생들은 특히 특별했다. 누구 하나 쉬지 않았고, 적극적이며 활발했다. 힘들고 지쳐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다들 맡은 일을 끝까지 잘 감당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몇몇 학생이 있다. 수술방에서 작은 실수를 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와서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물어보던 친구, 시참 경험이 있어 수술 중에도 질문과 배움이 끊이지 않던 친구, 늘 웃으며 사람을 끌어당기고 아이들을 좋아해 소아과 의사를 꿈꾸는 친구. 모두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의료 사역 중 식사는 케냐 현지 교회 성도들이 정성껏 준비해 주셨고, 모두 맛있게 먹었다. 선교사님께서 직접 만드신 잼과 한식 반찬도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두세 그릇씩 맛있게 먹었다. 다만 달콤한 과일 때문에 벌들이 몰려들어 마지막 날에는 짜파티(현지식 화덕빵)를 더 먹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 79차 케냐 아웃리치는 마치 가족여행 같았다. 가족끼리 어느 한 곳을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친척 가족을 만나러 가는 가족 여행. 팀원 하나하나가 서로를 챙기고, 말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남녀노소 모두가 열심히 주님 안에서 일했다. 특히 의대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의료 아웃리치 출신 의사 선배로서 모든 친구들과 차세대를 이끌며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데 쓰임 받는 팀을 이끌어가고 싶었다.
늘 기도하는 제목은 이것이다. “주님, 나의 손을 통하여 환자들을 치료하는, 주님의 동사로 쓰임 받는 제가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이번에 기도제목이 두 가지 더 생겼다. 팀장님과 선교사님께서 사역 전에 말씀해 주셨던 내용인데 “의료 아웃리치는 의료 행위나 진료가 주인공이 아니다.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주인공이다”. 수많은 의료아웃리치중에도 간과했던 복음의 중요함을 다시 깨닫게 하셨다. “이제 저의 수술과 진료가 주의 복음을 전하는 데에 쓰이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한다. 앞으로 차세대 의료 아웃리치팀이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 담대히 나아가 오로지 주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며 복음과 사랑을 전파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하고 꿈꾼다.
이번 아웃리치는 아가페와 필레오의 교집합 같았다. 하나님의 동행하심과 보호 아래 팀원 모두가 연합해 원팀·원스피릿을 이루었고,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 선교사님들과 통역 봉사자들이 함께 주님의 사랑을 널리 전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감동이었다. 오늘은 주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가며 사랑을 나누고, 내일은 우리 모두가 천국에서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나는 케냐를 위해 기도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한복음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