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신 담임목사
맥그라스를 책으로 처음 접한 것은 2003년, 영어 원서 ≪The Future of Christianity≫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독서 모임을 함께하던 친구들과 챕터별로 돌아가면서 발제를 하고 책을 나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2005년, 좋은씨앗 출판사에서 ≪기독교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서를 출간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기독교의 역사와 관련하여 맥그라스의 ≪한 권으로 읽는 기독교≫와 ≪기독교의 역사≫ 두 권을 읽으면, 지난 2000년 동안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기독교의 역사≫를 소개하려 합니다.
일전에 팀을 이끌고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자동차와 배를 이용해 국내 성지 투어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모든 장소를 집중해서 볼 수도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더 오래 머물기도 했고, 어떤 곳은 일정에는 있었지만 스킵하기도 하고, 스치듯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다녀왔다고 해서 모든 지역들이 명확하게 기억에 남는 것도 아닙니다. 나중에 사진을 보고서야 “아, 여기에 갔었구나”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기독교의 역사≫ 독서는 저에게 마치 장거리 여행과도 같았습니다. 어떤 부분은 인상 깊게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나니 무엇을 읽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이 허다했습니다. 그러나 독서의 여정 속에서 마치 익숙한 고속도로와 휴게소를 지나고, 멋진 자연을 감상한 듯한 좋은 느낌이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장거리 여행과도 같은 두꺼운 책을 읽는 묘미이겠지요.
≪기독교의 역사≫는 분주한 목회 일정 속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심방과 사역을 병행하며 한 달 동안 틈날 때마다, 혹은 시간을 따로 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맥그라스는 고대, 중세, 근대 기독교의 수많은 사건을 테피스트리(Tapestry)처럼 엮어 갑니다. 그가 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 역사를 다룰 때 ‘대한민국’을 빼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례없는 교회 성장을 보여준 한국의 사례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점도 이 책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이 책은 기독교 역사 속 160개의 키워드를 다루며, 각 키워드(챕터)는 약 15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고, 한 시대를 선택해 먼저 읽어도 되며, 사건별로 관심 있는 부분만 골라 읽어도 좋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서론에서 밝히듯 ‘입문서’입니다. 이 한 권으로 기독교 역사를 모두 섭렵할 수는 없습니다. 읽으면서 “이 부분을 좀 더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고대, 중세, 근대 기독교 중 관심이 가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고, 더 궁금한 분야가 있다면 관련 책을 찾아보게 되겠죠. 그렇게 된다면 맥그라스는 이 책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유럽 성지순례 및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서 유럽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도 성도님들이 이 책을 통해 기독교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기를 소망하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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