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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하나님은 여전히 역사하시고 계십니다.

이기형 · 성명현 선교사 (이디오피아)
저희는 2002년 11월 2일에 세 살 된 딸과 한 살 된 아들을 데리고 세계에서 아니 아프리카에서조차 은둔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에리트리아로 떠났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당시에는 이미 공산주의 교육을 받은 대통령의 명으로 모든 교회의 집회가 금지되었고 심지어 교회의 문도 다 닫힌 상황이었습니다. 성도들은 지하교회로 숨어 들었고 모임을 갖는 성도들은 모두 감옥에 잡혀갔습니다. 저희 역시 공적으로는 사역을 할 수 없었기에 밤에 신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면서 대학생 제자훈련 사역을 했습니다. 1년 가까이 지났을 때 저희의 사역에 대해 모두 알고 있던 이민국은 더 이상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았습니다. 영적으로 척박한 그 땅에서 저희 막내가 태어났고 저희는 어린 세 명의 아이를 데리고 2004년 7월 2일에 에티오피아로 건너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먼저 언어훈련을 마친 후에 옘종족을 섬기는 사역을 했습니다. 2008년부터는 에티오피아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보라나 종족을 섬기고 있습니다. 저희 종족은 소를 몰고, 물과 풀을 쫓아 이동하는 유목민입니다. 미전도 종족으로 복음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95%가 넘습니다.
지난 4년간 충분히 비가 오지 않아 약 70% 이상의 소가 물과 풀을 먹지 못해 굶주려 죽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망연자실 지켜봐야만 했던 보라나 사람들은 이제 모든 소망을 잃고 그저 NGO와 국가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있기를 바라며 도로를 따라 텐트를 치고 나와 있습니다. 어느 날 사역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 청년이 저희 차를 세웠습니다. ‘우리가 두 달 동안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라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아마 제가 NGO 사역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뭄으로 인해 이제는 힘이 없어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임산부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정부군과의 잇단 충돌로 전력이 약해진 반정부군이 세력을 정비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이곳 저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 또한 사역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무력 충돌로 길이 막혀 돌아오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샌 일이 있습니다.
얼마 전 저희 신학교 교사의 처남이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국경도시인 모얄레 인근에서 반정부군에 의해 살해당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오로모 반군들이 케냐 국경지대에서 소말리 지역으로 이동 후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 샤바브와 접촉하려고 한다는 정보를 접한 정부에서 야벨로의 경찰과 군인들을 그들의 이동 경로로 파견했습니다. 경찰이었던 교사의 처남은 군인들과 함께 그 지역을 정찰 후 다시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반정부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3명의 경찰이 사망하고 4명의 군인들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또한 이런 충돌로 아무 죄가 없는 민간인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총상을 입은 군인을 실은 차량이 전속력으로 달려오자 마침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9학년 학생이 놀라 지그재그로 달리며 그 차량 앞으로 지나갔습니다. 총상 입은 군인의 동료가 너무 흥분해서 그 학생에게 총격을 가했습니다. 단순히 자신들이 가야 하는 길을 방해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학생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그 사망한 학생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총상을 입은 군인이 제 시간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그 학생이 방해했기 때문에 총을 쏜 것은 정당하다고 발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인 어려움과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도 하나님은 살아계셔서 여전히 역사하시고 계십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세 곳의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중 하나인 와칠레 기숙사에 ‘소라 깔리차’라는 형제가 있습니다. 나이는 18세이지만 아직 6학년에 재학 중인 형제입니다. 와칠레 지역은 저희 집에서 약 13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 거기서 또 6킬로미터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지역에서 온 형제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보라나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아주 강한 무슬림이었기에 두 명의 아내는 물론 10명의 자녀 모두 무슬림으로 키우고 있었습니다. 소라 역시 어릴 적부터 무슬림 교육을 받고 자라왔습니다. 그는 올 초에도 와칠레에 있는 모스크에서 이맘으로부터 코란과 성경을 비교하는 이슬람 수업을 받았습니다. 코란이 정경이고 성경은 거짓으로 엮어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교육이었습니다. 소라 형제는 코란과 성경을 함께 읽어 가는 중에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고 혼탁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말로는 이 형제가 난동을 부리며 모스크의 모든 유리창을 다 깨부수었다고 합니다. 난폭하게 난동을 부리자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한 다른 무슬림들이 그를 붙잡아 묶어 이맘에게 데려갔습니다. 이맘 역시 악귀가 들려 난동을 부린다고 생각하여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코란을 큰 소리로 읽고, 주술적인 주문을 외우기도 하고, 급기야는 그를 붙잡고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지만 아무런 차도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강한 무슬림이라도 자식 문제에서는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게 부모라 소라의 아버지는 와칠레 교회 성도로부터 교회에 데리고 가 기도를 받아 보라는 권유를 받고 그 형제를 교회에 데리고 왔습니다. 와레오 전도사님과 성도들이 한 마음으로 그를 위해 기도드렸고 그 때 귀신은 물러가고 그가 잠잠해졌다고 합니다. 그 후 무슬림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모두와 그 마을에 거주하는 72명의 다른 무슬림까지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매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 일을 목도한 와칠레 무슬림들은 이제 교회와 성도들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저들이 섬기는 신이 누구길래 귀신도 쫓아내는지 궁금해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보라나와 소말리 종족이 섞여 약 70%가 무슬림인 와칠레 지역에 영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무슬림들이 교회에 나오자 성도들이 모스크 주위를 지나가지 못하게 핍박하고 있지만 영적인 성령의 바람 앞에는 꼼짝 못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탄의 지배가 뚜렷한 보라나 지역에서 복음전파의 가장 큰 도구는 축사 사역입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사탄의 능력이 충돌하여 사탄이 물러나는 것입니다. 이 능력을 본 수많은 보라나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각 지역에 교회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2년 동안의 에리트리아의 삶은 영적으로 큰 아픔이었습니다. 현지인 성도들과 함께 마음껏 예배 드리지 못해 영적으로 점점 마른 장작이 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이곳 보라나에서는 풍성한 영적인 열매로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영적으로 풍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지가 메말라 가축이 죽어 전 재산을 잃고 먹을 것을 찾아 천막을 치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라나 사람들, 언제 어디서 반군들이 나타나 자신들을 해칠지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살아가야 하는 그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심적인 아픔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영혼 구원만 하면 되지 이들의 아픔까지 내가 다 짊어질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살아가야 할까요? 이 세상의 죄를 다 짊어 지시고 가신 예수님 역시 그 당시의 가난을 다 해결해 주시지는 않으셨다고 위로를 하면서 나아가야 할까요? 선교사가 어디까지 현지인들의 아픔에 다가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도제목
1.
3월말부터 시작되는 우기에 비가 충분히 와서 가뭄이 해갈되도록
2.
새로운 신학교 건축을 추진 중인데 필요한 재정이 온전히 채워지도록
3.
소말리 종족이 거주하는 구치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무슬림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역자와 신실한 현지인을 만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