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선교사 (아라비아 반도 ○국)
샬롬! ○국에 살고 있는 한나 선교사입니다. 주님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품고 동역하는 두바이한인교회 동역자님들께 문안드립니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국경이 봉쇄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것 같던 사역의 현장으로 불러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그 일을 위해 함께 손모아 주셨던 두바이 한인 교회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첫째 축복이는 시드니 대학에서 범죄심리학과 메디컬을 복수 전공하고, 둘째 영광이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세 식구가 흩어져 ○국, 호주, 한국에서 떨어져 생활했지만 각자에 대한 부르심과 은혜로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현재 축복이는 군복무를 위해 하던 공부를 잠시 멈추고 한국에 들어가 있으며 영광이는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희 세 식구에게도 많은 변화와 일들이 있었지만 이 땅 ○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현재 ○국의 상황
뉴스에 보도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땅에 들어와 있는 선교사들이 계속해서 추방당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웨스턴 선교사들에게나 해당되는 일 같아 보였는데 이제는 한국 선교사들도 입국 거부를 당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보안상 이 땅의 믿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절 외부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얼마 전에 그들이 모임을 가지던 장소에 경찰이 들이닥쳐 리더인 E국 일꾼 가족은 추방을 당하고 현지인 성도들은 연행되어 그나마 어렵사리 세워진 현지인 교회가 문을 닫고 성도들은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 세워졌던 한국인 교회도 성도들이 떠나고 목회자가 없어 교회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인 성도들도 현지인 성도들도 모두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처지가 되어버린 것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많이 안타까워하실 것 같습니다. 곁에서 이러한 일들을 보는 저 역시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 동안 허락하셨던 사역들
쉼터 사역
지난 2022년에 겨우 이곳으로 복귀하면서 도시를 바꾸어 이사를 했습니다. 지난번 B 도시에 세워졌던 MK 학교의 비자발적인 폐쇄로 이번 도시에서는 다른 일을 시작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외국에서 가정부로 일하러 들어온 자매들을 위해 쉼터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쉼터는 가정부 일을 하기 위해 이 땅으로 온 자매들이 대부분 여러 형태로 학대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형편이라 이를 피해 나온 자매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임시보호를 해주는 곳입니다. 제가 시작한 사역은 아니지만 이 사역에 합류하여 말씀을 전하고 그들의 출국을 돕는 등 함께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인권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 판단했는지, 이곳 정부가 쉼터의 자매들을 섬기던 리더와 가족들의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고 쉼터 폐쇄를 강요해서 더 이상 쉼터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쉼터가 문을 닫게 되어 도움이 필요한 자매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들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이 속히 열리면 좋겠습니다.
MK PFO 훈련
PCK 총회에서는 매년 2회 6주씩 선교사 파송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훈련 기간 동안 부모님을 따라 선교지에 갈 예비 MK들을 위한 훈련(MK PFO: Missionary Kids Pre-Field Orientation)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한국에 들어가 교수 선교사로 MK들을 훈련해주고 왔습니다. 2번에 걸쳐 6주간 함께 먹고 자면서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자신들이 하나님 안에서 어떤 존재인지, 가야 할 나라가 어떤 곳인지 등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국인으로, 기독인으로, 세계인으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부모 선교사들을 위한 강의에서는 MK들에 대한 이해와 현장에서 마주칠 여러 변수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의 훈련으로 MK들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사역 현장으로 갈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기회를 통해 부모 선교사는 물론 MK들도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을 더욱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나피 도서관
시나피 학교는 이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M도시로 이사하면서 시나피 학교 안에 있던 도서관은 다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MK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학교와는 달리 이 도시에 있는 TCK 아이들에게까지 독서 수업을 연장하였습니다.
현재는 혼자 도서관을 운영해야 해서 매일 열 수는 없지만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독서 수업을 하면서 한국어 책이 귀한 이 땅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맛보고 학습 언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다만 도서관의 위치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도서관으로 와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도심과 가까운 집을 얻어 도서관 운영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독서 수업 중 간식시간
도서관에 놀러 온 현지 아이들
하고 있는 일
한글 학교
이 나라에도 많지는 않지만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한국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한글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 학교를 섬기던 선교사님들 몇 가정이 사역지를 옮기시는 바람에 저도 한글 학교 교사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한국어 수준이 모두 달라 수업 준비가 쉽지는 않지만 다시 교육 현장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한글학교 수업을 통해 외국에서 살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세워나가길 기대합니다.
어떠한 모습으로든 여자들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선교에 대한 소명을 갖게 하시고 사용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기대하며 준비하는 일들
비자
제가 이 땅에 들어와 살면서 비자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시도를 해 보았지만 아직도 비자를 만들지 못해 현재 여러 방도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비자 받는 영역으로 사역이 확대되길 기대하니 더 쉽지 않습니다 ^^
한 달에 한 번 비자 트립을 다녀와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 속에서 가장 적합한 비자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비자와 사역,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욕심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일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비자를 받아서 사역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겨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대로 이 땅에서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을 하며 감사함으로 지냅니다.
한인교회 재건
어렵게 유지되던 한인교회가 없어지고 교민들은 어디서 어떻게 예배를 드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대부분은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교회 유튜브 방송으로 공예배를 대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교민들은 자체 방학(?)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교회공동체가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어떠한 모습으로 섬겨야 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도 가운데 하나님 아버지의 인도하심을 따라 순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도제목
1.
비자 만드는 일에 너무 매이지 않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때까지 해야 할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2.
군대에 가기 위해 한국에 들어가 있는 첫째 축복이가 한국 생활에 잘 정착하고 입대 준비를 지혜롭게 할 수 있도록
3.
학업 중인 둘째 영광이에게 지혜를 주셔서 주님께서 사용하시기에 유용한 사람으로 준비되고, 섬기고 있는 주일학교 아이들을 주님 주시는 마음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4.
○국에 없어진 한인교회가 주님 이름으로 다시 세워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