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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딸과 함께 한 인생 첫 아웃리치

손원호 집사 (Marina-6)
나의 유익을 우선시했던 두바이에서의 10년
두바이에서 10년 살면서 하나님께 큰 은혜와 선물을 받았지만, 신철범 원로목사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웃리치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내 시간과 돈을 들여 아프리카에서 고생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고, 하나님의 일보다는 내 육신의 유익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귀
2022년 1월, 한국에서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서 두바이에 사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아기 같았던 Year 4의 아이가 어느새 Year 6으로 성장하여 중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10월 어느 날, 아내는 우간다 아웃리치의 기회가 있으니, 딸과 둘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라고 권유하였습니다. 2년 동안 떨어져 지내며 벌어진 관계의 간극을 줄이면서 하나님의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아웃리치 첫날부터 딸과 부딪혔습니다. 우간다 공항에 도착하고 수많은 사람이 입국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줄을 서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을 데리고 대기 줄을 이탈하여 공항 직원에게 외교관 라인이 따로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런 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더욱 몰려와 우리는 아까 섰던 줄보다 한참 뒤에 다시 줄을 서야 했습니다. 딸은 저에게 괜히 쓸데없는 걸 물어봐서 더 늦어졌다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딸을 위해 한 일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서운함과 화가 올라왔습니다. 저는 딸에게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하냐며 뭐라 했고 딸은 계속 말대꾸하여 서로 기분이 상했습니다. 마귀는 공항에서부터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첫날밤: 딸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니 교회가 나왔습니다. 공기가 너무 맑아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마음은 또 딸에게 쏠렸습니다. 둘이 함께 그곳의 기분을 나누며 교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아마 두바이에 같이 살았으면 그런 부담감이 덜 했을 텐데, 아웃리치가 끝나면 다시 한국에 돌아가 딸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딸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저에게 찰싹 달라붙었던 딸이 이제는 저에게 냉담하게 반응했습니다. 첫날 예배당에 의료시설을 설치한 뒤 밤에 잠깐이라도 딸과 산책하고 싶었으나, 딸은 여자방에서 쉬겠다며 거절하였습니다. 저는 섭섭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여러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사춘기인가? 2년 동안 떨어져 지냈던 결과인가? 노력해야 하나? 그냥 포기해야 하나?’ 이처럼 하나님의 생각을 할 시간에 딸 생각만 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나와 딸과의 바운더리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신 하나님
둘째 날 본격적으로 진료가 시작되었고 저는 안내를 맡게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환자들 때문에 한숨 쉴 틈도 없었습니다. 딸은 가끔 와서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빌려달라는 말을 하는 것 외에는 알아서 혼자 잘 지냈습니다. 저는 1시간에 한 번씩 딸이 어디 있는지 확인만 할 뿐이었습니다. 제가 딸을 굳이 챙겨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주님이 알아서 딸에게 필요한 분을 붙여주시고, 해야 할 바를 알려주시고, 쉬어야 할 때는 쉬게 해주시고, 놀고 싶을 때는 놀거리를 주셨습니다. 저는 그저 딸이 도움을 요청할 때만 최소한의 것만 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니 저도 딸과 꼭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점차 벗어나고, 오히려 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간섭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둘째 날, 셋째 날 밤에는 하나님께서 딸에게 ‘아빠와 자고 싶다’는 마음을 주셔서 남자 방에서 딸과 나란히 옆에서 잘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참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날 우리는 짐을 정리하고 교회를 떠났습니다. 버스 안에서 딸아이는 창밖을 보며, 휴대전화로 수많은 낯선 광경을 영상에 담아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런 딸아이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처럼 딸과 저는 아웃리치 나흘 동안의 같은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다른 곳을 보게 하시고, 다른 생각을 하게 하시고, 다른 해석을 하게 하시고, 다른 기도를 하게 하셨습니다. 이번 우간다 아웃리치를 통해 하나님은 이제 저와 딸이 각각 독립적인 존재로서 서로의 바운더리를 만들고 살아가야 함을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아웃리치에 가기 전 ‘내가 가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지?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짐만 되는 건 아닌가?’란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깨닫습니다. 주님은 제가 나의 시간을 할애하여 우간다 땅을 밟고 나흘 동안 하나님과 동행한 것만으로도 크게 기뻐하신다는 것을. 그리고 우간다와 교회에 대한 기도를 들어주실 뿐 아니라, 제 개인적인 기도와 마음도 세심하게 들어주시며, 그때 필요한 깨달음을 주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쉽지 않은 아웃리치였지만, 주님이 동행해 주심에 그저 감사한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