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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2026년 4월 4일, 두바이에서

김광환 성도 (하모니2)
포성이 수평선 너머를 물들이는 새벽, 나는 커피 한 잔을 내린다. 진하고 뜨거운, 이 향기 하나로 세상이 잠시 숨을 고른다. 유리창 너머 버즈 칼리파— 안개 속에 우뚝, 말없이. 인간이 하늘을 찌르려 쌓아 올린 탑도 오늘 아침만큼은 그저 창밖의 배경이다.
찌푸둥한 몸과 마음을 추스려 아내와 아침 바다로 향한다. 그녀의 손이 내 손 안으로 들어온다— 모래 위에 남는 두 쌍의 발자국. 말이 없어도 충분한 언어가 있다. 전쟁도 끝내 빼앗지 못하는 것들이.
바다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내 몸을 던지자 차갑게 나를 안아준다. 물속 물고기들은 물 밖 세상을 모른 채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팔이 물살을 가르는 리듬, 수면 아래로 비껴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어제의 어지러운 뉴스가 씻겨 나간다. 비워내고 새로운 생명력으로 힘을 얻는다.
소박한 밥상이 잔치가 되는 아침. 나는 묻는다— 평화로운 일상에 이렇게 감사한 적이 있었던가? 잃고 나서야 아는 것, 그것이 나의 우매함인가.
말씀을 펼쳤다. 커피 향이 활자 사이에 스며들고 한 구절이 조용히 가슴 안으로 내려앉는다—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나으므로 내 입술이 주를 찬양할 것이라.”
포성은 여전히 어딘가에 있다. 두려움도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아침, 주님의 인자하심이 나의 마음을 휘감는다.
이것이 평화다. 평화는 전쟁이 사라진 자리에 오는 것이 아닌, 전쟁 한복판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 손에 붙잡히는 것.